야구는 싸인으로 시작해서 싸인으로 끝납니다. 1회 초, 홈팀 투수는 포수의 손가락 싸인을 받아 초구의 구종과 코스를 선택하며 경기를 시작합니다. 싸인은 상대팀의 눈을 피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감독, 코치, 선수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활용해 주고받는 독특한 언어입니다. 야구에서 싸인은 복잡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의 집합체로, 경기의 모든 순간을 이끌어갑니다.
야구팬들은 가끔 야구를 보다 보면 여러 가지 싸인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할 때가 있습니다. 포수가 투수에게 내는 사인에 대해 궁금해 할 수도 있고, 찬스 상황에서 코치의 싸인을 지켜보는 타자의 모습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싸인에 대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타임을 외치고 선수들이 서로 모여 있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싸인과 그에 대한 이해는 현장에서 뛰는 선수와 일반 팬을 갈라놓는 가장 좋은 장벽입니다.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사이는 한순간도 한눈팔지 말고 지켜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를 지켜 보는 팬들은 아무리 되풀이해서 봐도 여전히 막막하기만 합니다.
싸인은 왜 중요한가?
싸인의 중요성은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타자와 주자는 수비측에 들키지 않게 작전에 관한 약속을 맺습니다. 사이는 자기 편끼리는 헷갈리지 않도록 간단하면서도 상대방에게는 간파 당하지 않을 만큼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싸인은 단순한 손짓이나 몸짓이 아니라, 선수들만 이해할 수 있는 전략의 언어입니다. 감독, 코치, 선수들이 철저히 준비한 싸인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그라운드 위에서는 복잡하고 은밀한 싸인을 둘러싼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싸인의 종류
싸인은 크게 공격 싸인, 수비 싸인, 배터리 싸인으로 나뉘며, 경기 내내 유기적으로 작동합니다. 그중에서도 공격 싸인이 가장 복잡합니다. 감독이 작전주루코치에게 신호를 보내고, 코치가 다시 선수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며 다단계로 진행됩니다. 팀의 성향에 따라 활용 가능한 작전의 종류는 달라지며, 발 빠른 주자가 많은 팀은 런 앤 히트, 히트 앤드 런 같은 다양한 작전을 구사합니다. 반면, 거포형 타자가 많은 팀은 싸인이 비교적 단순한 편입니다.
싸인의 양과 질은 감독의 성향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작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싸인이 단순했던 반면, 김성근 감독은 복잡하고 다양한 싸인 체계를 만들어 활용한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힙니다. 김성근 감독의 팀에서는 번트만 해도 드래그번트, 푸시번트, 위장 스퀴즈번트 등으로 세분화되었으며, 코치와 선수들은 이런 작전을 모두 숙지해야 했습니다.
투수와 포수의 싸인
포수는 싸인의 중심이 되는 ‘안방마님’ 역할을 합니다. 포수는 감독, 코치, 투수, 야수들과 수시로 싸인을 주고받으며 경기의 흐름을 조율합니다. 구종과 코스를 결정하는 배터리 싸인은 물론, 경기 상황에 따른 수비 싸인도 바꾸고, 주자 유무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합니다.
포수는 경기 중 투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심리전을 펼칩니다. 때로는 투수가 구종 선택에 고개를 흔들며 상대팀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작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싸인의 종류는 매 경기, 매 이닝마다 바뀌며, 모든 싸인을 숙지하고 활용해야 하는 포수의 역할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큰 부담을 줍니다.
투수와 포수의 싸인은 여러 가지 변형이 있지만 전통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가락 하나는 직구, 둘은 커브, 셋은 체인지업. 투수가 가진 여러 가지 구질도 이런 방식에 따라 결정합니다. 포수는 코치 박스에 나가 있는 1루 혹은 3루 코치나 1루 주자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쪼그리고 앉은 채 사타구니 사이에 손을 넣고 싸인을 보냅니다. 하지만 2루 주자는 투수 만큼이나 환히 포수의 싸인을 지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합 싸인이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포수가 손가락 하나를 폈다가 둘 그 다음에 셋을 표시했다고 합시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첫 번째 손가락 하나는 다음 2가지 싸인 중에 첫 번째 것이 진짜 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를 보여주며 내가 이제 두 개를 보여줄 것인데 첫 번째 것을 던지라는 이야기입니다.
3루 코치의 싸인
3루 코치의 싸인은 마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합니다. 머리를 만졌다가 모자를 건드리고, 어깨를 툭툭 치거나 코를 만지는 등 10개 이상의 동작을 순식간에 펼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동작이 싸인은 아닙니다. 핵심은 특정 동작, 즉 ‘키(Key) 싸인’입니다.
키 싸인은 매일 바뀌어 상대팀이 해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그날의 키 싸인이 ‘모자’라면 모자를 만지고 나오는 동작만이 진짜 싸인이며, 다른 동작들은 모두 속임수입니다. 또한 가짜 싸인과 취소 싸인을 섞어 진짜 싸인을 숨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싸인은 아무 때나 바꿀 수 있습니다. 매 이닝 마다 혹은 투구와 투구 사이에도 바꿀 수 있습니다. 혹은 싸인이 간파되었다고 생각될 때 바꿀 수 있겠지요?
싸인은 사실 너무 단순해서 상대방이 패턴을 다 알아 버리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코치는 싸인의 내용을 위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동작을 섞어서 취합니다. 예를 들어 양발을 넓게 벌리고 싸인을 낼 경우에는 가짜 싸인이고, 양발을 모으고 싸인을 낼 경우에만 진짜라는 동작을 추가 할 수 있습니다.
작전 싸인을 내는 것 만큼 취소 싸인도 중요합니다. 작전 싸인을 낸 이후에 갑자기 어떤 변화가 생겨서 싸인을 취소 해야 되는 경우에 그 싸인 취소에 대한 싸인 역시 중요합니다.
싸인과 관련된 또 하나는 콜 플레이 입니다. 내야 높이 플라이가 떠오르면 내야수 중 누군가 교통 정리를 해야 합니다. 번트 수비 때는 포수가 투수에게 어느 베이스로 던지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중들이 빽빽히 들어 차 주위가 시끄러울 때는 “내가 잡겠다.”라고 외쳐봤자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충돌 사고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타구를 잡을 사람만 소리를 지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일단 자기가 잡겠다고 외친 사람은 아무리 거리가 멀더라도 끝까지 따라가 처리 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한채 계속 공만 따라 간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싸인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간의 소통입니다. 경기 전에 이 싸인은 무엇이고, 이 경우에 어떻게 하고 저 경우에는 어떻게 하고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서 서로 간에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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