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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만담

[명화]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by 잡학만담 2025. 2. 16.

사진과 실물은 다르다, 그림도 그렇다.


여행을 떠날 때, 멋진 사진만 보고 기대했다가 현실과 다른 풍경에 실망한 적이 있는가? 반대로, 사진보다 훨씬 웅장한 광경을 직접 마주하고 감탄한 적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보던 명화를 실제로 접했을 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최후의 만찬을 그린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서 실물을 보면 당황할 수도 있다. 교과서에서 보던 모습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예수의 발이 보이지 않는다. 중앙에는 아치형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 기존에 익숙했던 모습과 차이를 보인다.

사실 이 아치형 구조물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다. 1499년, 프랑스의 루이 12세가 이 벽화를 떼어 프랑스로 가져가려다 실패하면서 훼손이 시작되었다. 이후 1652년에는 수도원 사람들이 이 벽에 출입구를 뚫어버렸다. 지금 우리가 보는 아치형 구조물은 그때 남은 흔적이다. 다행히도, 16세기에 다 빈치의 조수들이 원본과 동일하게 복제한 초기 버전이 남아 있어, 그가 원래 의도했던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만찬 장면이 아니다. 다 빈치는 최후의 만찬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포착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 중 한 명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 제자들이 보인 다양한 반응이 화면 전체에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식탁에는 빵과 포도주가 놓여 있고, 예수의 선언에 제자들은 당황하며 서로에게 묻고 있다. 그런데 예수의 머리 위에는 종교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둥근 후광이 없다. 대신,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그의 머리를 감싸며 후광처럼 표현되었다. 빛을 활용한 이 기법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독창적인 방식이었다.

제자들 사이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예수 오른쪽의 요한은 침착하게 앉아 있는 반면, 그 옆의 베드로는 성미 급한 성격답게 유다를 밀쳐내며 칼을 움켜쥐고 있다. 유다는 얼굴이 어둡게 가려져 있지만, 그가 쥐고 있는 돈주머니가 배신자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다 빈치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 돈을 놓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까지 담아냈다.

한편, 예수의 왼편에서 손가락을 들고 있는 토마도 눈에 띈다. 그는 예수 부활 후, 상처를 직접 확인해야 믿겠다고 했던 인물이다. 다 빈치는 그 후의 사건을 암시하듯, 그가 손가락을 세우고 있는 모습을 미리 담아놓았다.

이처럼 최후의 만찬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각 인물의 성격과 서사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서사적 회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 빈치는 이 작품을 3년에 걸쳐 완성했다. 하지만 완성 직후부터 작품은 서서히 망가져 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벽화는 프레스코 기법(습식 벽화)으로 그려야 오래 보존되는데, 다 빈치는 색감을 더 살리기 위해 마른 석고 위에 유화와 템페라 기법을 혼합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벽화는 급격히 손상되었고, 이후 수많은 보존과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다.

흥미롭게도, 복제품 덕분에 원작을 되살릴 수 있었다. 16세기에 다 빈치의 제자들이 만든 두 점의 초기 복제본이 없었다면, 지금의 최후의 만찬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가짜라고 해서 다 같은 가짜가 아니며, 때로는 복제본도 명품 대접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최후의 만찬은 밀라노에서 예약제로 15분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단 15분이지만, 다 빈치가 남긴 흔적과 그가 담고자 했던 인간의 심리를 직접 마주하는 순간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어쩌면 교과서나 인터넷 사진으로 본 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직접 눈으로 볼 때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아닐지..

아래는 1560경, 패널에 유채물감을 사용하여 116×191㎝ 사이즈로 그린 후안 후아네스 「최후의 만찬」 작품이다. 에스파냐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보관중